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천년의 역사가 살아 있는 경주 : 왕국의 역사, 상징적 유적지, 경주의 음식

by 한스글적 2025. 8. 31.

한반도의 동남쪽, 경상북도에 자리한 경주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별명처럼 한국 역사의 정수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입니다. 신라 천년의 수도였던 이곳은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많은 유적과 문화재를 품고 있으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방문해야 할 역사 여행의 필수 코스입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주에서는 골목 하나, 언덕 하나에도 깊은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경주의 찬란한 역사와 상징성, 그리고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들을 소개합니다.

천년의 역사가 살아 있는 경주 : 왕국의 역사, 상징적 유적지, 경주의 음식


신라 천년 왕국의 역사: 경주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경주의 역사는 기원전 57년, 박혁거세가 신라를 건국하면서 시작됩니다. 전설에 따르면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났다고 하며, 이 신화적 시작은 경주의 신비로운 역사적 분위기를 더합니다. 초기 신라는 삼국 중 가장 작은 나라였으나, 지리적 이점과 뛰어난 외교력으로 점차 세력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6세기 진흥왕 시대에 이르러 신라는 한강 유역까지 영토를 넓혔고, 7세기 중반 문무왕 때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통합하며 삼국통일을 이루어냈습니다. 통일신라 시대(668-935년)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찬란한 문화적 전성기 중 하나로, 경주는 그 중심에서 동아시아의 국제도시로 번영했습니다.

 

'서라벌'이라고도 불리던 신라의 수도 경주는 전성기에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였습니다. 당시 경주는 황금의 도시로 불릴 만큼 화려했으며, 중국의 사신들도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감탄했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신라는 불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불국사, 석굴암과 같은 불교 예술의 정수를 경주에 남겼습니다.

신라는 중국의 당나라, 일본, 인도 등 여러 나라와 활발한 교역을 통해 실크로드의 동쪽 종착점 역할을 했으며, 이를 통해 국제적인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발전했습니다. 이 시기 경주에서는 첨성대, 안압지(동궁과 월지), 천마총 등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많은 문화유산이 만들어졌습니다.


경주의 상징적 유적과 문화재: 돌과 흙에 새겨진 신라의 혼

불국토를 현실에 구현한 불국사와 석굴암

신라 불교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불국사(佛國寺)와 석굴암(石窟庵)은 경주를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입니다. 751년 김대성의 발원으로 창건된 불국사는 '부처님의 나라'를 현실 세계에 구현하려는 신라인의 염원이 담긴 사찰입니다. 청운교와 백운교, 자하문과 범영루 등 아름다운 건축물과 다보탑, 석가탑(일명 무영탑) 같은 국보급 문화재를 품고 있습니다.

특히 석가탑은 단순하면서도 완벽한 비례미를 갖춘 동양 석탑의 전형으로, 1966년 해체 수리 중 내부에서 발견된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한국 인쇄 문화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귀중한 유산입니다.

불국사에서 동쪽으로 토함산(吐含山) 중턱에 위치한 석굴암은 세계에서 유일한 인공 석굴 사원으로, 그 건축 기술과 조각 예술은 실로 경이롭습니다. 거대한 화강암을 깎아 만든 돔형의 주실 안에 본존불인 석가모니불이 안치되어 있으며, 그 주위를 보살상, 십대제자상, 사천왕상 등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해가 뜨는 동해를 향해 바라보는 본존불상은 그 온화하면서도 위엄 있는 표정으로 보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석굴암은 건축, 조각, 과학 기술이 결합된 신라 불교 미술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불교적 이상과 완벽한 비례미를 동시에 갖춘 인류 문화유산의 보물입니다.

왕들의 휴식처이자 역사 보고, 대릉원과 천마총

경주 시내 중심부에 자리 잡은 대릉원(大陵苑)은 신라 시대 왕과 왕비, 귀족들의 거대한 무덤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푸른 잔디로 뒤덮인 둥근 고분들이 마치 언덕처럼 솟아 있어 독특하고 평화로운 경관을 이룹니다. 특히 1973년에 발굴된 천마총(天馬塚)은 내부에 실제 무덤의 내부 모습을 재현해 놓아 관람객들이 신라 고분의 구조와 당시의 매장 문화를 직접 엿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천마총에서 발견된 금관을 비롯한 1만 1천여 점의 유물들은 당시 신라 왕실의 화려함과 뛰어난 금속 공예 기술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특히, 말의 등자를 장식했던 자작나무 껍질 그림 '천마도'는 신라 회화의 유일한 유물로 큰 가치를 지닙니다. 대릉원을 거닐며 천 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고분들을 바라보면, 신라 왕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에 잠기게 됩니다.

밤이 아름다운 신라 왕궁의 별궁, 동궁과 월지(안압지)

경주 야경의 백미로 꼽히는 동궁과 월지(東宮과 月池), 과거에는 안압지(雁鴨池)로 불렸던 이곳은 신라 왕궁의 별궁 터이자 연회 장소였습니다. 밤이 되면 연못 주변에 불이 켜지면서 물 위에 비치는 전각들의 그림자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과거 신라 왕들이 이곳에서 연회를 열고 달을 감상하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을 풍경을 상상하게 됩니다.

발굴 조사 결과 이곳에서 수많은 기와와 토기, 금속 공예품 등이 출토되어 당시의 화려했던 왕실 생활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나무로 만든 배와 주사위, 연화문 수막새 등은 신라의 뛰어난 생활 문화와 예술적 감각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신라 천문학의 상징, 첨성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첨성대(瞻星臺)는 신라 선덕여왕 때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벽돌처럼 다듬은 돌을 원통형으로 쌓아 올린 형태는 독특하면서도 정교하며, 신라인들의 뛰어난 과학 기술과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줍니다. 첨성대는 신라가 농업 국가로서 천문 관측을 통해 농업 생산량을 높이고 국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상징합니다. 또한, 365개의 돌(또는 362개)과 27단(선덕여왕이 신라의 27대 왕임을 상징) 등 그 구조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어 더욱 신비감을 더합니다.


경주의 맛: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미식의 향연

경주를 대표하는 간식, 경주 황남빵과 찰보리빵

경주를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손에 들고 가는 대표적인 먹거리가 바로 경주 황남빵입니다. 1939년부터 시작된 황남빵은 얇은 피 안에 달콤한 통팥 앙금을 가득 넣어 만든 작은 빵으로, 오랫동안 경주를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정성껏 손으로 빚어 만드는 것이 특징이며, 옛날 방식 그대로 굽기 때문에 따뜻할 때 먹으면 더욱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경주 찰보리빵 역시 황남빵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경주의 대표 간식입니다. 100% 경주산 찰보리로 만든 반죽으로 빵을 만들고, 그 안에 부드러운 팥앙금을 넣어 쫀득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며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식사 메뉴

  • 쌈밥: 신선한 채소와 갓 지은 밥, 그리고 제육볶음이나 불고기 같은 메인 반찬을 싸 먹는 쌈밥은 경주를 대표하는 식사 메뉴 중 하나입니다. 푸짐하고 건강한 한 끼를 맛볼 수 있으며, 다양한 밑반찬과 함께 정갈하게 차려져 나옵니다.
  • 교동 법주와 교리김밥: 경주 최부잣집의 전통을 이어받아 빚어지는 교동 법주는 찹쌀을 주재료로 하여 100일간 발효 숙성시켜 만드는 맑은 술로,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부드럽고 향긋한 맛이 일품이며, 경주의 전통문화를 경험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교동 법주와 함께 교리김밥은 독특한 맛으로 유명한 경주의 별미입니다. 보통 김밥과는 달리 계란 지단이 김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이 특징입니다.
  • 한정식과 보리밥: 신라 천년의 고도답게 경주에는 품격 있는 한정식 집들이 많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조리된 다양한 나물 반찬과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들이 한 상 가득 차려져 나와 오감으로 경주의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구수한 보리밥에 다양한 나물을 넣어 비벼 먹는 보리밥 정식도 추천할 만합니다.

경주는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찬란했던 문화가 현재와 공존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도시입니다. 신라의 숨결이 느껴지는 고분과 유적들, 그 속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와 예술 혼은 우리에게 깊은 영감과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역사적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경주만의 독특하고 정겨운 음식들입니다.

사계절 언제 방문해도 각기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경주. 봄에는 벚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푸른 숲이 시원함을, 가을에는 단풍이 고즈넉함을 더하며, 겨울에는 고요한 설경이 신비로움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