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는 단순히 바다와 리조트로만 기억되는 곳이 아닙니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시작점으로서, 수백 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세부 도심에는 마젤란이 세운 기독교의 상징, 스페인 군사 유적, 그리고 현지인들의 신앙심이 깊이 녹아 있는 성당이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부 시내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대표적인 세 곳, 마젤란 십자가, 산페드로 요새, 그리고 산토니뇨 성당을 살펴보겠습니다.
마젤란 십자가, 필리핀 기독교의 시작
세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마젤란 십자가는 필리핀 기독교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역사적 상징입니다. 1521년 마젤란이 필리핀에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을 세례 하며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십자가는 현재 세부 시청 근처의 작은 예배당 안에 보존되어 있는데, 외부에서 보면 소박한 건물이지만 내부에는 커다란 십자가와 함께 당시의 세례 장면을 묘사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줍니다. 현지인들에게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신앙의 성지로 여겨지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고 촛불을 켭니다.
마젤란 십자가는 또한 필리핀 사람들의 가톨릭 신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하면 단순한 유적지 감상을 넘어, 500여 년 전의 역사적 순간을 직접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신앙심 깊은 필리핀인들이 이곳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은 종교가 그들의 삶 속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합니다. 세부를 방문한다면 해양 액티비티와 더불어 꼭 들러야 할 도심 관광 명소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산페드로 요새,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흔적
마젤란 십자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요새, 산페드로 요새가 있습니다. 1565년 세부에 도착한 스페인 총독 레가스피가 건설한 이 요새는 외세의 침략을 막고 식민지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군사적 요충지였습니다. 요새의 구조는 삼각형 모양으로 설계되어 세 방향에 높은 방어벽과 포대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스페인 군대가 주둔하며 외부 적을 방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옥, 병원, 그리고 정부 기관으로도 활용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현재 산페드로 요새는 박물관과 역사 유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당시 사용된 무기, 문서, 지도, 생활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요새 내부는 아담한 정원과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어 천천히 걸으며 과거의 흔적을 느끼기에 좋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군사 요새가 아니라 세부의 식민지 역사를 증언하는 산 교육장과도 같습니다. 또한 요새 성벽 위에 올라가면 세부 항구와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사진 촬영 명소로도 인기입니다.
산페드로 요새를 방문하면 세부가 단순히 관광지에 머무는 도시가 아니라, 필리핀 역사의 출발점이자 아픈 식민지의 흔적을 간직한 도시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도심 투어를 계획한다면 반드시 포함해야 할 코스입니다.
산토니뇨 성당, 세부 신앙의 중심지
세부 도심을 대표하는 또 다른 상징은 바로 산토니뇨 성당입니다. 1565년에 세워진 이 성당은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성당으로, 스페인 선교사들이 전한 신앙의 뿌리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성당 내부에는 마젤란이 원주민들에게 세례를 주며 선물한 아기 예수상 ‘산토니뇨’가 보존되어 있는데, 필리핀 전역에서 성물처럼 존경받고 있습니다.
산토니뇨 성당은 단순한 종교 건축물이 아니라 세부 사람들의 삶과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 왔습니다. 매년 1월에는 필리핀 최대 규모의 축제인 시눌룩(Sinulog) 축제가 성대하게 열리며, 전국에서 수많은 신자와 관광객이 몰려듭니다. 축제 기간에는 화려한 퍼레이드와 함께 산토니뇨를 기리는 의식이 이어지는데, 그 열정적인 분위기를 직접 경험한다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됩니다.
성당의 외관은 스페인 고딕 양식과 필리핀 전통 양식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디자인으로, 웅장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줍니다. 성당 내부는 장식이 화려하지 않지만 기도하는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이 공간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관광객으로서 이곳을 찾을 때는 종교적 의미를 존중하며 경건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당 주변에는 현지 상인들이 운영하는 기념품 가게와 시장이 있어 여행의 재미를 더해 줍니다.
세부 도심 여행은 단순한 시내 관광이 아니라, 필리핀의 역사와 신앙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여정입니다. 마젤란 십자가에서는 기독교 전래의 순간을, 산페드로 요새에서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흔적을, 산토니뇨 성당에서는 지금도 이어지는 신앙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세부를 찾는 여행자라면 해양 액티비티와 더불어 도심의 역사적 장소도 꼭 둘러보시길 권장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세부 여행은 단순한 휴양을 넘어,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풍성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